나 자신 또한 내가 진실이라고 확신했던 사실 또는 기억이 틀렸었던 경험이 있었다.
때는 고등학교 1학년 때였는데 상황은 이렇다.
부모님께서 이야기 해주셨는데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기념으로 아주 비싼 신발을 샀다고 한다.
그래서 방안에만 모셔두다가 학교에 신고 갔는데 바로 그날 신발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신발에 대한 기억이 도무지 없다.
처음에는 아버지와 논쟁을 하다가 나중에는 어머니도 덩달아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시자
내게 없었던 기억이 만들어 지는 듯 했다.
나는 분명히 그런 기억이 없었지만 주변에서 지속적인 증인들이 나오자
나도 모르게 ‘아 그런 것 같기도 하네?’라는 기억이 생성되었다는 것이다.
이것도 내 상황에서 유리하게 진실과 거짓을 만들어 낸 것 같다. 처음 나는 불리한 것이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고등학교 때 정말 신발을 잃어버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방들의 확신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내 상황이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나도 모르게 나중에는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고 시인하게 되었다.
나의 이런 상황은 그랜팰룬(Granfalloon) 상황 같기도 하다. 타지펠이라는 학자의 연구였다.
이 연구가 흥미로운 것은, 연구를 실시하기 전까지 완전 낯선 사람들이었으며,
전에 만난 적도 전혀 없고, 앞으로 다시 만날 일도 없으며, 서로 이름도 모르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무의미한 라벨을 공유하고 있는 그들은 좋은 친구 또는 가까운 친척인 것처럼 행동했다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피험자들이 그들과 라벨을 공유한 집단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돈과 보상을 배분하려고 하였으며,
그것도 경쟁적으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같은 라벨을 붙여놓으면 형제처럼
지내는데 우리 사회에서 코드가 같은 사람들끼리 서로 돕고 의지하는 것이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이 이론의 결론이다.
처음에는 부모님과의 의견이 불일치였으나 나는 무의식적으로 부모님과의 일치를 위해 나도 모르게
내 의견을 바꾼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신발 분실 사건’에 대한 진실은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모르겠다.
그때 그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서 내가 ‘그런 것도 같다’고 말했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도 생각을 해보려고 하면
정말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주위에서 그렇다고 하니깐 나도 그 상황을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그래야 분쟁도 없으니 말이다. 진실과 거짓에 관한 영화도 많이 본 것 같다.
그 중에 하나를 예로 들자면 ‘13층’이라는 영화다.
극중에서 주인공이 말한 대사 중에 "전원을 끄면 내가 한 행동, 내가 한 말 모두 사라지는 거잖아"라는 말이 있는데
이 또한 현실에 비추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가상현실 내의 모든 존재 들이 현실에서의 인간과 구별이 안 된다는 점이 그것이다.
가상현실도 진실이었으며 현실도 진실이었다. 현실이 진실이냐 혹은 가상이 진실이냐의 문제도
정말 관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물론 우리의 뇌가 착각을 일으키는 것일 수도 있다.
진실이냐 거짓이냐 라는 것은 깊숙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정말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최근에 개봉한 ‘인셉션’ 또한 비슷한 스토리이다.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거짓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을 전개했다.
진실을 알고 있어도 진실이 아닌 상황, 그리고 거짓을 알고 있어도 거짓이 아닌 상황,
이 모든 것은 결국 자신의 상황에 비춰 볼 때에 따라 구분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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